"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음식은 우리 몸의 기(氣)에 영향을 준다. 오이나 가지를 먹으면 몸이 차가워지고, 생강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식품은 모두 약이며, 그중 특히 약리 작용이 강한 것이 한방약이다.
이것이 한방약의 기본 개념이며,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 Food is Medicine)'이 한의학의 기본 개념이다. 이러한 한방약이나 한의학에 관해서 의사와 한의사가 다투는 나라는 오직 우리나라뿐이다. 이미 전 세계적인 대세는 한방과 양방의 협동 진료와 통합 진료이다.
중국은 한의학(漢醫學) 분야의 대표 국가로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한다. 기원 전부터 황제내경(黃帝內經)과 상한론(傷寒論)을 바탕으로 중의학(中醫學,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을 형성, 발전시켜왔으며, 현재 중국에는 중의, 서의, 중서의라는 의사제도가 있다.
서의가 질병을 진단하거나 수술을 하면, 회복과 관리는 중의가 맡고, 중서의는 양쪽 모두에 관여하며 변증과 경험적 처방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의학을 발전시켜 세계 의학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려고 중국 한의학 정책을 세우고 있다.
일본에서는 의대 학부 시절부터 한의학, 한약이 정규교과 과정에 들어 있고, 의사가 자유롭게 한약을 처방한다. 일본 한방(漢方, Kampo)의학의 주류는 후한(後漢)시대 상한론을 기본으로 하는 고방파(古方派)이지만, 현재는 금원(金元)의학을 기본으로 하는 후세방파(後世方派), 중간적 입장의 절충파와 함께 발전해 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전통적 한의학의 약재를 연구하여 엑기스, 과립제로 제품화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일본 의사의 84%가 한약을 처방하고 있으며, 70.6%가 한약을 써보니 좋았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미국은 1972년 중국과 수교를 이루면서 중의학을 받아들였다.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신이라 캘리포니아 주에 가장 먼저 한의학이 전파되었으며, 이곳은 현재에도 미국에서 가장 한의학이 발전된 곳이다. 미국은 한방 의료를 서양의학의 후유증과 모순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하면서, 미국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CCAM)에 수억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한약재 시장규모가 한해 70억 달러에 이른다.
선진 유럽 역시 주류의학으로 받아들이며 암 및 난치성 질환에 통합적인 치료를 하고 있으며, 대만과 북한은 중국과 비슷한 형태로 양한방 상호 간의 의료행위가 자유롭다. 결국 우리나라 의사들만 한약과 한의학에 반대를 하고, 서로 비협조적이며, 환자의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 의사들은 한의학에 관해서 배우지 않으며, 대부분의 의사들이 한방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반면 약사 국가시험에는 한방 관련 문제가 반드시 출제된다. 일부 예외를 빼고는 한약에 관해서는 약사가 의사보다 훨씬 많이 배우고, 지식도 더 많다는 것이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한약을 먹고 간이 나빠졌다"와 같은 무지한 소리를 하는 것이고, 창피한 일이지만 필자 역시 처음엔 그랬다. 오직 서양의학 하나에만 치우쳤다면 지금도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도 일본, 중국처럼 한의학 강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배우지도 않고 나쁘다고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연의 산물인 한약은 매우 안전하다. 오죽하면 필자도 본인이나 가족이 아플 때 양약보다는 우선 자연약인 한방약을 선호한다. "해열제는 바이러스를 튼튼하게, 한방약은 몸을 튼튼하게"가 결코 우스갯말이 아니다. 인후염에는 은교산, 비염에는 소청룡탕, 기관지염에는 맥문동탕이나 마행감석탕, 근육통에는 갈근탕이나 작약감초탕, 소화기 질환에는 안중산, 향사평위산, 반하사심탕 등을 사용할 수 있는데 모두 다 한방과립제로 일반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다만 기침이나 통증, 열 등이 너무 심해 잠을 못 잘 때는 양약을 사용한다. 필자가 소염제, 진통제, 해열제 등 양약 처방을 하는 이유는 오직 편하게 잠들기 위해서일 때가 많다. 나머지는 수면시 내 몸이 알아서 치료해 준다.
일반적으로 후세방은 한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의 가짓수가 많아 개별 약재의 특징이 약하고 부작용이 적다. 대신 효과도 약하여 오래 먹어도 좋은 '예방의학' 성질인 보약이 많다. 예를 들어 육미지황탕은 원래부터 소아를 위해 사용되었던 매우 안전한 방제이다.
반면 상한론에 의한 처방은 약물 가짓수가 적고 개별 약물의 효능이 뚜렷하여 '치료의학'의 성질이 있으며 소청룡탕, 갈근탕 등이 그러하다. 후세방이 바울서신에 해당된다면, 황제내경과 상한론은 창세기와 모세오경에 비유할 수 있는 한의학의 바이블이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나 신장이 나빠진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다. 일용 음식을 포함한 대자연의 모든 천연물이 모두 한약재인데, 한약을 먹고 신장이 나빠진다면 우리는 모두 만성 신부전 환자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오히려 타이레놀의 간독성, 신독성이 더 크다.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인 조인스정, 스티렌정, 신바로정, 레일라정, 시네츄라시럽 등은 실은 모두 한약 성분으로 만든 약제들이며, 그 종류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일본의 '쯔무라(Tsumura)' 제약 회사는 오직 한약 제제만을 만드는데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다. 한약 복용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일본 전 국민은 한약 독성으로 난리가 났음에 틀림없다. 한약 제제 하나만을 생산하는 회사가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를 모두 취급하는 우리나라 메이저 제약 회사보다 매출이나 순이익이 높다.
한약은 그 자체로 우수한 약이다. 지구에서 수십억 년 동안 진화해 오고 병원성 미생물들에 대한 방어력을 쌓아 온 약재들이다. 부작용은 이미 수 천년 동안 검증되어 왔기 때문에, 살아남은 약재들은 모두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어 있다고 봐도 된다. 마트나 식당 등에 들어가는 약재와 달리, 한의원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약재만 유통되며 농약, 중금속 같은 문제에서도 안전하다. 식재용 약재와 의약품용 약재는 기준치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다만 환자 스스로 남용했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꼼꼼한 처방과 관찰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인삼을 최고의 인삼으로 인정하듯, 각각의 약재들이 재배되는 최고의 지역들이 엄연히 존재하며 대개 중국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감초는 북한의 기후와 풍토에서 자란 것이 더 좋고, 마황은 사막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며, 용안육은 열대식물이다. 약재에 따라서 100%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 베트남제 계피나 러시아제 녹용처럼 외국산이 더 효능이 좋은 경우는 차고 넘친다. 그러므로 국산 100%라는 문구는 오히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으며, 순수 국내산 한약재만 쓴다는 것은 효과가 더 낮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에 처음으로 한의학(漢醫學)이라는 명칭을 한의학(韓醫學, Korean Medicine)으로 바꾸었고, 한의사(漢醫師) 명칭도 한의사(韓醫師)로 바꾸었다. 중의학에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세 가지가 동의보감, 사상체질, 한방 정신과이다.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된 최초의 의학 서적이다. 태양인, 소양인 등의 사상체질을 만든 이제마는 주역에도 능통한 천재였다.
한국 한의사들은 환자의 몸과 마음 상태를 파악하고, 다양한 약재를 각각의 체질에 맞게 가감하여, 최적의 처방을 내리는 기술과 능력이 다른 나라 한의사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 혼자 진료하며 자기만의 경험과 치료법을 사용하고, 탕제실에서 만들며, 공적인 개념에서 토론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탕약의 경우 병의원의 탕제실에서 개별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무슨 약재가 어느 정도 양으로 들어가는지 알 길이 없다.
반면 한방 엑기스 과립제는 제약 회사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성분, 함량에 대한 표시가 있어 일반적인 표준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면에서 한국의 한방제약계는 안타까운 수준이다. 일본이나 중국은 거대한 기업이 움직이는데 반하여, 한국은 아직 개인 가내 수공업 수준이다. 개인 한의원은 물론 한방병원에서조차 엑기스 제제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첩약 문제에만 매달려 있게 되면 한의학(韓醫學)의 발전이나 표준화, 세계화는 요원할 것이다.
양약보다는 영양제가 안전하고, 인공영양제 보다는 천연영양제가 낫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자연약인 허브, 한약이다. 그러나 불로장생하게 하는 어떤 특정 단일 약재나 영양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한 가지만 지속적으로 먹을 경우, 나중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좋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늘 먹는 다양한 음식이다. 육식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성인의 치아는 절치(앞니), 견치(송곳니), 소구치(작은어금니), 대구치(큰어금니)가 2-1-2-3의 개수로 배열되어 상하좌우 합이 총 32개이다. 육식에 필요한 송곳니가 4개, 즉 1/8이라는 점에서 약 10% 정도의 육식이 적절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고기는 예전과 달리 공장식으로 집단사육된 활성산소 덩어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체질이 태음인이라 고기가 잘 맞는다며 고기를 많이 먹은 후, 암에 걸려 수술 받은 사람들을 필자는 수없이 목격했다. 음식 역시 가공식 보다는 자연식이 좋고, 육식보다는 채식이 좋으며, 채식보다는 소식이 좋다.
4체질, 8체질 분류는 팩트가 아니고 상징이자 해석이다. 사실 체질은 애매모호한 것이 더 낫다. 왜냐면 한방은 균형을 강조하기 때문에 오히려 확실한 태음인이라면 병자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체질은 결코 완벽한 진리가 아니라는 것은 한의사들도 인정한다.
그리고 체질은 정해진 것도 있지만 내가 바꾸어 나갈 수도 있다. 체질 개선이야말로 질병을 멀리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병에 잘 걸린다면 병에 걸리지 않는 체질로 만들면 된다는 발상이 중요하다. 먹는 것을 통해 체질을 조정하고 질병이 잘 생기지 않는 체질로 만들어 가는 식사요법이 그래서 중요하다.
한 끼 식사하기 전에 일용할 양식을 위해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은 더없이 소중하기에 예수님께서는 주기도문을 통해 강조해서 말씀하셨다(마 6:11, 눅 11:3). 감사하는 마음으로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다면 어떤 음식도 명약이 될 것이다.
※성경에는 "마음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한다(잠언 17:22)"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마음(心)에서 시작된 근심이 기와 혈을 거쳐 물질(精)의 세계에서 뼈를 마르게 한다는 뜻이다. 글쓴이는 사람이 마음부터 몸까지 모두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심기혈정 존재라는 인식으로 통합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의사이자 목회자다. 30년 이상 진료실에서 현대의학을 펼쳐온 그는 현대의학의 장, 단점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의 전인적인 치유는 몸뿐 아니라 마음 치료가 병행될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글쓴이는 연세대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차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을 나왔다. 연세대 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와 종교철학을 수학했고 현재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의료고문/목사, 한국 NLP 최면교육협회 부회장, 한마음 자연치유 상담센터/ 연세바른의원/ TLC 클리닉 원장으로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외래교수이기도 하다. 통합의학에 관한 글 총 7편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