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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과 초점(5)] 신천옹(信天翁)이 본 한국 기독교의 핵심문제

숨밭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신천은 한국광야의 외로운 세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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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신천(信天)은 함석헌옹(1901-1989)의 아호이다. 그가 타계하신지 1세대 곧 30년이 지났다. 지금 우리사회 40세 미만은 그의 생존시 따라 붙었던 명성이나 비평도 낯선 옛일로 생각될 수 있다. 한국 기독교계나 교회사에서 함옹에 대한 평가는 별로다. 그러나, 그는 한국 기독교 135년이 낳은 진정한 예언자적 기독교 지성인이었다. 영국이 300년 가까이 인도를 식민 지배했지만, 마하트마 간디가 있어서 영국에게 잃은 것들을 뛰어넘는 정신적 자긍심을 인도인에게 주었다. 함옹의 한국 20세기 현대사 속에서 갖는 존재의미를 나는 인도인과 영국인들에게 간디가 갖는 의미만큼 귀중하게 평가한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절망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란 무엇인가?'를 말과 글과 행동으로 보여준 함석헌의 남긴 자료를 보면서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갖는다. 그의 인간적 모습에서 약점과 흠집은 도리어 그를 우상화 시키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핀이어서 좋다. 함옹을 한국 기독교계가 기독교 울타리 밖으로 내쳤다고 해서 그가 남긴 진실의 소리가 죽어 없어지는 것 아니다. 함옹을 싫어하는 목회자나 무시하는 교계지도자 일지라도 우리사회가 존경하는 양심적 인물들 예들면 장준하, 문익환, 안병무, 법정, 김찬국, 김용준, 그리고 지금 생존해계시는 유동식, 한승헌, 서광선, 장회익 선생들이 함옹의 기독교적 양심의 소리를 경청한다면 자신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들사람 함옹의 진실한 소리에 한번쯤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문제: 역사의식과 역사방향감각을 잃고 현대문명에 적응 아닌 야합

신천 함옹에 대해 흔히 오해하기 쉬운 점은 그가 기독교인이라기보다 일반적 종교사상가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노자와 장자강의, 그리고 불교나 인도사상을 종합한 종교 혼합적 사상가일 것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그의 남긴 글들을 읽어보지도 않고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신천은 철저한 기독교신자이다. 죽기 1년 전 공개 방송 특별 초청강사로서 자기의 입장을 말 할 때도, 더욱 또렷이 자기는 지금 그리스도인으로서 말하노라고 강조하곤 했다.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교인가 하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신천옹이 이해한 성경적 종교의 특징은 개인의 안심입명을 추구하는 '인생종교'가 아니라 역사전체를 구원하자는 '역사종교'라는 점이 기독교 특징이라고 본다. 아브라함과 모세, 수많은 예언자들, 예수와 초대교회 바울등 기독교의 맥락은 썩어져 망해가는 세류에 편승하거나 역사흐름에 오불관언하는 태도가 아니라 역사 속에 소금과 등불 되어 새롭게 승화시켜 마침내 온 인류가 하나님 나라의 축복을 누리도록 힘쓰는 종교가 되려는 것이 기독교라고 본다. 135년 전 개신교가 한민족에게 전파되었을 때, 민중이 그에 호응한 것은 민족해방, 독립자유, 평등정의, 만인구원의 열린 종교요 전체를 살리려는 그 크고 높은 비전과 아가페적 열정에 감동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 기독교는 어떠한가? 오늘의 한국교회가 한민족 전체를 살리고, 역사의 나아갈 바른 목표를 앞장서서 제시하면서 고난과 손해와 자기희생을 각오하는 종교인가? 함옹이 보기에 오늘의 한국기독교는 현대문명을 지배하는 정치 경제의 세상풍조와 가치관에 완전 야합하고 정신적 '간음상태'에 빠진 상태로 본다. 국가주의 숭배를 애국심으로 포장하고, 자본주의적 맘몬숭배를 하나님 축복신앙으로 호도하고, 배타주의적 독선주의를 정통신앙수호 라고 강변한다. 한민족의 주체성을 잃고 강대국에 아부하고, 안보동맹을 빌미로 수천만 달러어치의 신무기 구입과 외국군 주둔비를 감당해야 하는 사대주의자가 되었다.

한국기독교회는 사회의 중산계층 이상들이 모인 종교단체로서 더 많은 물질적이고 이 세상적 부귀영화를 하나님의 특별축복으로 받는다고 믿는 자기합리화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종교왕국에 안주하며 그것을 강화하지만 진정한 하나님의 역사경륜이나 역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를 포기한지 오래다.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패배주의와 약간의 선행으로써 겨레의 피 묻은 손을 보상하려 든다. 역사의식을 잃고 방향감각을 잃고 전체의식과 하나 됨의 높은 윤리의식을 잃어버렸다. 하나님 숭배는 입으로만 할 뿐이지 맘몬숭배자가 되었다. 다산(多産)과 힘을 숭배하는 고대 가나안의 바알신자들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총회재판국의 판단도 필요 없고 "꿩 잡은 게 매"라는 속담 따라 '교인 숫자와 다수와 금력과 힘이 정의' 라고 괴변을 늘어놓는 지극히 현실주의적 교계 지도자들로 변모되어 있다.

둘째문제: 참 종교는 자라는 나무 같은 것인데 보물창고 구비한 궁궐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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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함석헌기념사업회 제공)
▲교리라는 그물을 벗어나 들에서 진실의 소리를 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함석헌의 생전 모습.

함옹의 기독교신자로서 특징은 철저한 종교개혁자들 같이 우상타파 정신을 지니고서, 종교의 경직화 물상화 마성화를 경계하는 프로테스탄트 정신 소유자라는 점이다. 교리, 정통신학체계, 교권의 조직과 운영, 교회당 건물, 신학교 등등은 종교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 기껏해야 나비로 형태변화를 일으켜 날아가기 전까지 살아있는 누에 번데기를 보호하는 누에 고추 집이다. 콩알이 영글어가도록 보호하는 콩깍지일 뿐이다.

누에 고추가, 그 안에서 나비로 탈바꿈 해가야 할 애벌레의 어두운 감옥이 아니고 보호해주는 누에 고추가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수라고 함석헌은 강조한다. 하나는 맑은 공기가 계속 주입되어야 한다. 둘째는 빛이 쪼이는 양광이라야 한다. 비유인데, 전통이나 교리신학이 '종교생명을 죽이는 율법감옥'이 되지 않으려면 항상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정신의 신선한 공기에 개방적이고, 과학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허물을 벗는 매미처럼 자기부정의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 한국기독교는 어떠한가? 물론 잘 하는 지도자와 교회들이 더러 있지만 대체로 한국 기독교는 보수 정통적임을 강조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여 새로운 사조를 무조건 비판 거부한다. 과학사상과 싸우려 들고, 변화하지 않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고, 기독교진리가 16-17세기 정통신학 안에 완성품으로 보존되어 있다고 착각한다. 교파 분열을 가속화하고 세상권력자들과 교계 내부 속 모르는 세상 사람들에게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무슨 무슨 총연합회' 조직 만들기 좋아하고, 감투를 나눠 쓰고, 돈키호테처럼 풍차를 보고 돌진하자고 말 엉덩이를 후려친다.

엄정하게 말하면 한국 기독교는 21세기 문화사회 포장지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17-18세기 계몽시대 비판이성의 세례도 받지 않았고, 진화론을 이단시하며, 성서비평학을 가르치면 성경권위가 금방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겁을 내는 중세기 기독교의 의식 상태에 머물고 있다. 교인들에게 비판적 지성을 길러주는 것을 금기시하고, '하나님의 선택받은 종, 제왕 같은 목사의 말'에 무조건 '아멘과 순종'을 좋은 믿음이라고 세뇌시킨다. 고등교육을 받은 신자들도 교회 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비판적 지성은 마비되고, 부조리한 교권주의의 일처리에도 '예스 맨'이 되고 만다.

신천 함석헌의 기독교는 "이성의 한계 안에 제한된 기독교"가 아니다. 종교체험엔 이성을 넘어서는 신비체험도 있고, 오관의 감각세계를 넘어선 차원의 초월세계가 가능하다는 열린 신앙인이다. 그러나 신비주의는 윤리적 차원과 이성적 책임성을 철저하게 거친 다음에 오는 것임을 강조한다. "뜻이 하늘에서 이뤄지듯이 땅에서도 이뤄지이다"라고 기도하라 하셨다. 땅 중의 땅은 민중의 가슴이요, 사람의 마음이요, 공동체적 삶이다.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하는 신앙시대가 왔다. 영은 지성, 감성, 덕성을 내포하지만 넘어서는 차원이다. 신령하게만 강조하는 것은 반쪽 기독교 일 뿐이다. 반드시 진리 안에서, 진리로서 예배하라는 것이다. 진실, 사실, 정의, 참을 외면하는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고 신령함만 강조하는 종교는 무당종교로 전락한다.

※ 숨밭 김경재 박사의 에세이 '옹달샘과 초점'을 연재합니다. '옹달샘과 초점'은 물처럼 순수한 종교적 영성과 불처럼 예리한 선지자적 비판과 성찰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진 신학자 김경재의 신앙 에세이 글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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