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박사 |
이는 복음서에 나오는 활동 지역들을 간단히 정리한 것으로 상당한 신빙성을 가진 추정이다. 그러나 예수의 활동 지역에 대한 이런 식의 단편적인 언급은 그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는 데 있어 개연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좀 더 깊은 설명을 들어보도록 하자.
예수가 활동하던 당시의 이스라엘 땅은 로마 제국의 지배하에 있었고 북부 갈릴래아-중부 사마리아-요르단 강 건너 베레아-남부 유다로 행정지역이 구분 되었다. 그 외의 주변 땅은 이방인과 유대인이 혼재한 땅이었다. 복음서작가 마가는 3장 7-12절에서 예수의 활동 지역에 대해 대단히 중요한 보도를 한다. (수고스럽지만 독자들도 지금 성서 지도와 이 구절을 함께 펴주기 바란다) 여기에 보면 예수가 (갈릴래아) 호숫가로 물러나시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갈릴래아, 유다, 예루살렘, 에돔, 요르단강 건너편, 띠로, 시돈 등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예수의 놀라운 치유 능력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위에 거론된 7개의 지명들은 예수 활동 지역의 성격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수의 주 활동 무대였던 갈릴래아를 중심에 놓고 보면, 유다, 예루살렘, 에돔(이두메아)는 남쪽이고, 요르단 강 건너편은 동쪽, 두로와 시돈은 북쪽이다. 또한 유다, 예루살렘, 갈릴래아, 에돔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유대인 지역인 반면, 요르단 강 건너편, 두로, 시돈은 비록 디아스포라 유대인이 많이 살기는 하나 이방인 지역으로 구분된다. 이런 식의 지명 나열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게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수의 활동 영역이 지역적으로는 갈릴래아로부터 사방(아쉽게도 갈릴래아의 서쪽은 지중해이다)의 모든 땅이고 민족적으로는 비단 유다인 뿐 아니라 이방인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거론된 지명들을 통해 드러난다.
예수의 활동 지역이란 표면적으로 보면 그저 예수가 이리 저리 다닌 곳에 대한 정보를 주는 데 그치지만 이는 또한 예수가 전한 복음의 선포 범위를 보여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예수에게는 유대인/이방인으로 나누어 구원의 우선순위를 따지던 당시 유다교의 편협한 가르침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폭넓은 입장을 가진 분이었으니 만치 이방인 지역과 유다인 땅을 수시로 넘나들 수 있었으며, 어느 곳에 가든 양자 사이에 구별을 두지 않았다. 이방인 지역인 띠로에 가서, 이방 여인의 딸을 (그녀의 믿음을 알아보고) 서슴없이 고쳐주었다는 보도가 예수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마가 7,24-30). 이처럼 예수의 활동 지역이란 바로 예수의 대범한 면모와 복음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