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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성 목사, 가족 같이 정(情) 나누던 교회 떠났다
26일, 고별설교에서 로마서의 엔딩 자막 의미 곱씹어

입력 Jun 27, 2022 11:13 AM KST
kimkwansung
(Photo : ⓒ김관성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가 설교하는 모습

"욕망은 상향성의 삶을 추구하며 소명은 하향성의 삶을 추구한다"며 교회를 개척한 지 7년 만에 부교역자를 대신해 지방 개척을 선언한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가 26일 '수고한 자들을 기억하'는 제목으로 고별 설교를 전했다. 이날 본문은 로마서의 엔딩 자막으로도 종종 불리는 로마서 16장이었다.

김 목사는 "로마서 16장을 어떤 목사님들은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 자막이다. 그렇게 말하더라. 대개의 경우 엔딩 자막은 눈여겨서 보지 않는다. 영화 보고 난 다음에 다 그냥 떠난다. 실제로 우리가 그 자막을 자세하게 살피는 영화는 얼마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김 목사는 이어 "보통 자막에는 주연과 조연들도 나오지만 비중이 거의 없는 배우들이나 엑스트라들이나 영화 제작에 참여한 무명의 사람들이 이름들이 쭉 나온다"며 "식당 종업원, 세차장 직원, 조폭 두목, 지나가는 행인 1,2,3. 바울의 사역이 그저 한 번 힘을 보탠 사람들이 오늘 본문에 쭉 나열되어져 있다"고 전했다.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엔딩 자막이지만 눈여겨 보는 경우도 있다며 "영화에 자기 자신이 나왔다든지 자기와 친한 사람이 나왔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우성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똥개>라고 하는 영화가 있다. 저랑 아주 친한 후배가 한국종합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그 영화에 캐스팅 되어가지고 깡패1로 출연했다. 한 30초 정도 그 영화에 나오는데 얼마나 자세하게 영화와 엔딩 자막을 보게 되던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고 김 목사는 전했다.

영화의 엔딩 자막과 같은 로마서 16장에 대해 그는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로마서 16장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일을 위해서 수고한 무명의 사람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다 기억하고 존중하며 또한 이런 이들을 통하여 일하셨음을 지금 분명히 하고 있는 그 결정적인 장면이 로마서 16장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쓸모없어 보이고 평범하다 못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인생을 살다가 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바로 우리 같은 사람을 택하셔서 은혜를 주시고 능력을 주시고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워간다. 그리고 우리의 수고와 정성을 기억하신다. 그런 의미에서 로마서 16장은 하나님의 구속사를 위해 수고한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엔딩 자막이다"라고 덧붙였다.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도 언급했다. 김 목사는 해당 장편 소설에 대해 "소설 속의 주인공인 시즈토는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생면부지의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 일본전역의 묘지를 방문하며 떠돌아 다닌다"며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그의 기이한 행동을 아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자기하고 아무 상관도 없고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의 묘를 뭐 그렇게 열심히 찾아 전국 방방 곳곳을 떠돌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그는 보통 사람들이 가진 상식과 시각을 뛰어넘는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따뜻함과 애틋함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주인공이 이 책에서 참 의미있는 말을 한다"며 "'나는 돌아가신 분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애도한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행신침례교회를 떠나면서 김 목사는 로마서 16장의 내용과 더불어 <애도하는 사람>의 주인공 시즈토의 심정으로 "행신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제 마음에 깊이 남은 사람들의 수고를 기억하고 싶다"며 "목사는 천날 만날 앞에 서서 마이크 들고 떠들기 때문에 교회가 잘되면 그 모든 공을 독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행신교회가 개척해서 이렇게 성장하게 된 그 과정에서는 저희 수고 저희 눈물 저희 아픔 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눈물이 있었다는 것. 그 사람들의 수고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라고 하는 사실을 저는 기억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행신침례교회는 저희 인생의 봄날이었다"며 "여러분에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뭔가를 해서 인생에서 의미있는 성취를 이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다"며 "여러분들이 곁에 있어 주셔서 우리 교회가 이렇게 성장했고 한국교회 안에서도 강한 중소형교회로 소문나게 되었고 이 시대 가운데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소문이 나게 되었다. 내가 떠나더라도 우리 사역자들과 함께 복되고 존귀한 교회로 남아 달라"고 당부하며 설교를 맺었다.

한편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교회 개척의 현실을 "사지"로 표현하며 "고기도 먹어본 사람들이 잘먹는다"며 태연히 부교역자를 대신해 개척의 길을 떠난다고 했다. 하지만 교회 개척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두렵고 떨린다는 심경도 같이 전했다.

앞서 김 목사는 지난 1월 9일 주일예배 설교를 전하던 중 "욕망은 상향성의 삶을 추구하고 소명은 하향성의 삶을 추구한다"는 헨리 나우웬의 말을 인용하며 교회 개척 선언을 한 바 있다. 행신침례교회 담임을 맡게된 우성균 목사에 따르면 울산으로 개척을 나가게 된 김 목사는 상가 대신 낮은담침례교회의 예배 공간을 상호 협의하에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신침례교회는 김 목사의 개척 자금으로 먼저 교회 월세보증금 절반을 지원하고 매달 선교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월세보증금과 사택마련은 김 목사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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