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교계 강력 대처 천명에 연세대 구성원들의 반응은

새해 벽두 '연세대 정관 개정' 문제 논란 가열될 듯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총무 김영주)가 새해 벽두부터 ‘연세대 정관 개정’ 문제를 언급하며 적극 대응할 것임을 천명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지난 2일 200여 명의 교회협 회원교단 지도자들과 원로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2년 신년예배 및 하례회에서 김영주 총무는 "연세대 정관 개정 문제는 한국교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며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협은 ‘연세대 정관 개정’이 기독교 사학의 건학이념을 훼손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동시에 ‘연세대 정관 개정’의 결의 과정에 있어서 절차상의 불법성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세대 학교법인측은 "(10월 27일 추경이사회에서 결의된 건이)절차상의 하자 없이 진행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연세대 정관 개정’의 절차상 하자 지적을 일축하고 있다. 특히 학교법인측은 지난 11월 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연세대 이사회에서 결의한 정관 개정을 승인한 것을 계기로 개정된 정관을 교내 홈페이지에 전격 게시, 개정된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운영할 것임을 교내외에 알렸다.

현재 교회협이 무엇보다 문제시 하고 있는 것은 연세대 이사회 임원 구성에 관한 정관 개정이 연세대 초기 설립시 결정적 공헌을 한 ‘한국교회의 권한’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협이 회원 교회들에 보낸 목회서신 등을 통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연세대 이사회는 설립자 자격으로 4개 교단(예장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이 1명씩 이사를 파송한다는 조항과 이들 협력교단에 속한 기독교계 인사 2명을 이사로 선임한다는 조항을 모두 없애고 단순히 기독교계 인사 2명을 이사로 한다고 정관을 변경했다. 즉, 당초 협력교단 기독교계 이사가 6명이었는데 2명으로 대폭 축소됐다는 주장이었다.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정관 시행세칙 제3장 기관 제1절 임원에는 당초 사회유지 이사 중 기독교계 이사 2인을 포함한다는 기존 정관의 룰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 홈페이지

그러나 본지의 취재 결과 연세대 이사회측은 최근 회의를 통해 개정된 정관을 보충하는 시행세칙을 마련, 이를 통과시켰는데 이에 따르면 기독교계 이사가 2명이 아닌 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연세대 이사회는 사회유지 이사 구성에 있어 괄호 안에 표기된 ‘협력교단 교계인사 2인’이란 문구를 삭제, 협력교단 관계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한다는 의혹을 산 바 있었다. 이 같은 교계의 여론을 의식한 듯 학교법인측은 사회유지 이사 구성에 있어 시행세칙 제3장 기관 제1절 임원 제5조에서 "사회유지 이사는 연세대학교 출신 2인과 기독교계 인사 2인으로 한다"고 적시했다.

또 시행세칙 제3장 기관 제1절 임원 제4조에서는 기독교계 이사 선임과 관련하여서는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와 연희전문학교의 창립에 크게 공헌한 교단에 소속된 목사로 하되, 이 법인의 설립 정신을 존중하고 그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자로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행세칙 제정에도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대로 개정된 정관에 따를 경우, 협력교단의 주체적 참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기독교계 이사 선임 문제만 봐도 그렇다. 룰대로 진행한다면, 4개 교단에서 이사를 추천했을 시 추천된 이사 후보 4인의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연세대 이사회의 권한이다. 교단이 심사숙고 해서 추천한 인사들이 모두 발탁되는 룰로 운영되던 기존 정관과 비교해 볼 때 교단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것은 기정 사실화 되는 것이다.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정관 제3장 기관 제1절 임원 제24조(임원의 선임방법) 전문. ⓒ연세대 홈페이지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인사무국측은 그동안 미뤄온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원칙적으로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당초 법인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4개 교단이 파송이사를 추천하고 연세대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던 관례가 이번에 처음으로 어긋나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인한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맞물리면서 일이 이렇게 돼 버렸다”고 말한 바 있다. 개정된 정관에 따르면, 교단파송이사 2인, 사회유지이사 1인 등을 개방이사 3인으로 교체했다.

이와 관련, 연세대 구성원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데 힘쓰고 있는 교수평의회측도 연세대 이사회의 이번 정관 개정 결의를 원칙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교수평의회(이하 교평) 의장 양혁승 교수(연세대 경영대학)는 "최근까지 전체 교수평의회가 총회에서 채택한 기조는 현재 재단 이사회가 연세대 발전을 제대로 서포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상당히 전향적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동안의 (교평의)이사회에 대한 평가였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또 한 가지는 (연세대 이사회 구성에 관한한)기독교계의 대표성이 너무 크다는 게 또 하나의 요점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정관개정이 완료형으로 보지는 않는다. 교계 이사만 줄여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이사들로 전환되려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의 정관 개정이)어찌됐거나 그동안 교평이 지적한 문제점들이 가야할 방향으로 가는 하나의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 교수는 교회협을 필두로 한 교계에서 제기하는 조선일보 상임고문 방우영 연세대 이사장의 학원 사유화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이번 정관 개정건을)사유화라 바로 규정할 수 있느냐 하고 봤을 때는 사실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사유화라는게 결국 어떤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여러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때 그런 의미의 사유화라면 우리 교평도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원칙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오우너쉽이 강한 다른 사립학교와 비교해 볼 때 연세대는 사유화의 가능성이라는 게 높지 않다고 보며 그 부분은 지금 시점에서 단정할 만한 근거가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앞서 강조했듯이 이사회내 특정 개인이 영향을 강하게 미치는 것에 있어서는 "계속 경계를 해야할 부분"이라고 했으며 "(학원 사유화 등의)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교평이 그런 문제들을 제기해서 이사회 중 한 분이 과거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적이 있다. 그런 과거의 역사들이 있었기에 사유화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없으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도 부연했다.

‘연세대 정관 개정’에 있어 최대 쟁점으로 여겨지는 건학이념 훼손에 대해서는 "교단 파송 이사가 다수여야만 건학이념이 지켜지는 것인지 반문해 보고자 한다"며 "단지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건학이념을 철저히 게런티 하는 것인가. 건학이념이라는 게 잘 지켜지려면 결국 연세 구성원들의 마음판에 건학이념에 대한 존중과 같은 것이 내면화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끝으로 양 교수는 "교계가 (정관 개정 문제와 관련해)잘못 어프로칭을 하게 되면 오히려 구성원들 안에 기독교계에 대한 부정적 생각만 더 강화시킬 수 있고, 구성원들의 문제 인식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경우 교계가 예기치 않았던 역풍을 받을 수 있다"며 "연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세가 건학이념에 충실하게 발전되는 방향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하면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춰 기독교계가 정말 연대의 자양분으로 될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 어프로칭을 하는게 옳은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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