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의 논리 점프, 범주 오류, 작위적 해석을 하면 무척 우스꽝스러워집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저의 창조신학을 '이렇게' 왜곡하면서 읽는지, 어떤 큰 힘이 작용하길래, 의도적 왜곡과 편향된 주장, 작위적인 해석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지난 21일 자신의 '창조신학'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교측 대표자의 주장에 반박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 일부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자신의 '창조신학'에 대해 학교측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는 최근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둘러싸고 한국조직신학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학교측 대표자가 박 교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데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학교측 대표자가 주장하는 문제점은 총 8가지로 요약되는데 대체로 논리 점프나 범주 오류, 작위적 해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박 교수의 입장이었다. 특히 박 교수는 해당 주장들이 레퍼런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학교측 대표자의 학문적 토론의 기본 자질을 의심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무엇보다 "박 교수는 진화론을 가르치고 이를 신학에 적용한다"며 과학적 진화론과 무신론적 진화주의를 무분별하게 혼용하고 있는 학교측 대표자의 주장에 대해 "죄송하지만 제겐 진화론을 가르칠만한 학문적 능력이 없다. 제 책이나 논문 어디에도 진화이론을 설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만약 있다면 과학주의 무신론을 비판할 때, 진화론적 무신론을 비판할 때, 행여 잠시 언급하는 정도였을까"라며 "과학이론으로서의 진화론과 무신론적 세계관으로서의 진화주의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중력이론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만물을 붙드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약을 먹고 그 효험을 이해한다고 해서 치유자 하나님을 부정할 필요가 없듯이, 과학이론으로서의 진화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학의 범주를 넘어서 모든 것을 진화로 설명하려는 진화론적 무신론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의도적인 색깔론 공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 측 대표자가 "박 교수는 창조를 삶과 연관해서 실존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창조의 역사성을 부정한다"는 주장에 대해 "혹자는 이를 두고 '자유주의 신학의 입장'이라고 평하더라"며 "지나친 오해요 의도적인 색깔론이다. 그렇게 말하면 성서의 메시지를 무시하는 셈이 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하나님의 창조를 저 먼 옛날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지금의 나와는 무관한 사건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아니다. 일단 성서 자체가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다"며 "시편이나 이사야서를 읽어보라. 예수님의 메시지-공중 나는 새를 보라!-의 방향도 마찬가지다. 창조는 현실과 연결되고 미래와도 연관된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유신진화론만 배타적으로 인정한다"는 학교측 대표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창조과학, 지적설계, 유신진화론은 유형론적 입장에서 보면, 상호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는 세 입장에 대해 소개하고 비평하고 있다. 다른 입장과 마찬가지로 유신진화론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과제와 전망을 제시했다. 굳이 표명하자면, 저는 이 세 입장에 대해 메타비평적 입장을 갖고 있으며, 이후에는 유신진화론이라는 단어 조차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누구의 입장을 소개할 때 서너 번 등장하지 제 자신과 연관해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다. 저의 창조신학을 전개할 때는 굳이 이런 유형론적 선택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유형론은 다양한 입장들을 쉽게 범주화하기 위한 교육을 위해 필요할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의 주장은 포장만 바꿨을 뿐 자연주의 무신론과 동일한 것"이라며 유신진화론을 근거로 무신론 프레임을 씌우려는 학교측 대표자 주장에는 "이쯤 되면 그냥 막 가자는 이야기다. 책 제목이 『창조의 신학』이고 부제가 '나는 창조의 하나님을 믿습니다.'인데, 이렇게 '자연주의 무신론'과 동일시하면 더 할 말이 없다. 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참담하다"고 박 교수는 답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눈에 맞는 안경을 써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제 책을 읽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왜곡과 편견의 안경을 벗고 저자의 의도를 따라 가면 된다"며 "그러다 보면, 수긍하는 부분도 있고 비판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대화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덮어놓고 아무 말이나 쏟아놓으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