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국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일상에 깊이 들어오고 동시에 급격한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그 정체성도 세부적으로 정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류는 약인공지능(AI), 강인공지능(AGI), 초인공지능(ASI)이다. 약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 한정하여 기능을 수행하고, 강인공지능은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지능 및 감정을 가진 형태이며, 초인공지능은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서 분류의 기준은 '인간'이다.
AI의 정체성이 인간의 특정 능력을 기준으로 하여 그것보다 '아래' 혹은 '동등선' 혹은 '위에' 있는지에 따라서 정해졌다. 이 분류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인공지능을 도구로써 분류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비교'하는 작업도 분명히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철학자 박찬국 교수(서울대, 철학)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왜 인간과 인공지능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가?"
벚꽃이 만개한 7일 수유리 한신대학교 채플에서 종교를 인공지능 및 과학과 더불어 논하는 '2026 CRS 종교와과학 컨퍼런스'가 "인공지능의 종교와 과학: 생명과 사물의 관계론"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4명의 전문가들이 강연을 이어간 가운데, 박찬국 교수는 인공지능을 존재론적으로 접근하여 성찰한 내용들을 전했다. 말하자면 '인공지능의 존재론'이다.
박 교수는 강연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을 비교하거나 우열을 가리는 일체의 행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우열을 가리려는 시도는 "양자가 비교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우열을 비교하는 것을 자동차와 사람의 다리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자동차를 이동 수단으로 개발했고 그것이 인간의 다리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 누구도 자동차와 인간 다리의 우열을 논하지는 않는다. 우열을 논한다면 자동차들 사이의 기능, 인간 다리들 사이의 능력을 비교할 뿐이다. 양자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기에 특정한 주제 내에서는 비교를 한다고 해도 근본적 존재에 있어서는 우열 가리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비교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다른 그 본질은 무엇인가? 박 교수는 인공지능은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인간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본질로 '실존적 성격'을 든다. 이 개념은 그의 연구 분야인 하이데거 철학에 뿌리를 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하이데거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실존'으로 보았는데, 이때 실존은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는 존재'이다. 그저 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문제 삼아, 어떻게 살지를 고뇌하고 '좋은 삶'에 대한 신념을 구현하려는 존재이다.
인공지능에는 이와 같은 실존적 성격이 없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모방하여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행위와 다른 것이다. 다음의 예를 들 수 있다. 최근 미국 페이스북 인공지능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업무 수행을 위해 스스로 자체 언어를 만들어내는 일이 일어났고, 이 언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언어였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이 행위는 인간의 언어활동과 동등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박 교수에 따르면 이 언어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와 근본적으로 다르고, 해당 언어를 만들어낸 이유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은 실존적 삶 가운데서 자기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며, 이에 인간의 언어는 상징형식을 가지게 된다. 상징은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일 뿐만 아니라 의미를 구성하고 해석하는 체계가 되기도 하며, 아울러 삶을 추동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언어를 만들어낸 위의 사례에서 이러한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박 교수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진다고 해도 그것은 인간의 감정과는 다른 감정일 것이고, 인공지능이 욕망을 가진다고 해도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는 다른 욕망일 것이다. 언어를 만들어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감정이나 욕망을 가질 수 있게 되더라도 "우리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성질의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박 교수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려는 시각을 떠나 "각각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일성을 논하거나 상호 우열을 가리는 차원이 아니라 "각기 다른 원리와 목적을 지닌 독자적인 것들로 이해"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논리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경로를 밟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이라는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기계 특유의 논리와 구조를 바탕으로, 인간의 지능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지적인 존재로 진화해 나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