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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예수의 부활 - 빈무덤사화

역사적 예수(9)

▲박태식 박사
“예수가 죽은지 삼 일 째 되던 날에 부활하셨다.” 그리스도교에서 이 말이 불변의 신앙 명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예수 부활이 가지는 역사성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1950여 년 전에, 예수의 공개 처형을 목격했던 예루살렘 시민들에게도 예수의 부활 사건이 자연스럽게 통용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1 세기 그리스도인들 역시 우리들처럼 부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을까 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려면 우리는 예수의 부활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서기 30년경 4월 초순에 예수의 부활이 처음 알려졌을 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소식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예수의 분신처럼 여겨졌던 제자들마저도 그가 부활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누가 24,11 참조). 그러니 당시에는 예수의 부활이 불변의 명제가 아니라, 십중팔구 의심 가득 찬 질문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예수는 부활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 신약성서에 언급되어 있다. 아니, 그저 언급되어 있다는 차원을 넘어 신약성서 전체가 아예 부활 증언으로 온통 포장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수는 살아생전 이미 자신의 부활을 예견했을 정도이며(마가 8,31;9,31;10,34등), 부활·승천을 전제하지 않고는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부활 예수에 대한 재림再臨 기대가 신약성서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부활에 관한 으뜸가는 보도들로는 역시 ‘빈무덤사화’와 부활한 예수를 목격한 ‘발현 사화’를 꼽게 되는데, 거기에는 직접적인 부활 증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 가지 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마가 16,1-8에 나오는 빈무덤사화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둔지 사흘째 되던 날, 즉 안식일 다음날 이른 새벽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예수의 무덤을 찾아 나선다. 그녀들은 물론 부활을 예견하여 무덤으로 향한 것은 아니었고, 예수의 시신에 향료를 바르려는 이유 등으로 발길을 옮겼던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무덤 입구를 막고 있는 돌을 굴려낼 일이 난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연고에서인지 그 돌은 이미 치워져 있었고 무덤 안에는 흰옷을 입은 사람(천사)이 앉아 예수의 부활을 알려 주었다. 여인들은 겁에 질려 도망을 쳤고, 두려움 때문에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예수의 빈무덤은 이처럼 여성들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이다.

빈무덤에 관한 이야기는 비단 공관복음뿐 아니라 요한 20,1-9에도 등장한다. 안식일 다음날 이른 새벽, 마르코복음과는 다르게 막달라 마리아 혼자 예수의 무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 띈 것은 텅 빈 무덤이었으며 이를 제자들에게 알리자, 즉시 베드로와 애제자愛弟子는 무덤으로 달음질친다. 이는 공관복음서에서 일차적으로 베드로 혼자 무덤을 찾았다고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누가 24,12). 전통적으로 유대교에서는 (재판 등에서) 어떤 사실이 확인되려면 최소한 성인 남자 두 명의 증언을 필요로 했다(신명 19,15 참조). 따라서 베드로와 애제자, 두 명의 남자가 빈무덤을 확인한 것은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막달라 마리아 같은 여성들의 증언과 비교하여 틀림없이 보다 큰 설득력을 제공했을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 뒤에 나오는 기록이다. 애제자가 베드로에 앞서 달려가 예수의 수의가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나 무덤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곧이어 달려온 베드로가 비로소 안으로 들어가 흩어진 수의와 예수의 머리를 싸맸던 수건이 잘 개켜져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제야 애제자도 들어가 보고 믿게 된다(20,8). 빈무덤을 확인하는 과정이 마르코복음에 비해 제법 자세하게 서술된 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두 제자들은 “그 때까지도 예수께서 죽었다가 반드시 살아나실 것이라는 성서의 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20,9). 그들이 비록 빈무덤을 목격하는 영광을 누리기는 했으나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하느님의 궁극적인 뜻에 따른 것임은 미처 알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무튼 “요한이 이처럼 꼼꼼하게 ‘빈무덤 사화’를 엮은 이유는 제자들이 시체를 훔쳐갔다는 헛소문에 종지부를 찍기 위함이었다(마태 28,11-15 참조). 만일 시체 도둑이 있었다면 예수의 수의마저도 함께 가져갔을 것이기 때문이다”(알폰스 켐머, 󰡔사도신경󰡕, 박태식역, 성서와 함께 1996, 87쪽).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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