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박사 |
예수는 자신이 육으로 부활했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충분히 증명한 뒤에 바야흐로 하늘로 올라갈 차비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자들을 산으로 불러 모아 ‘복음 전도’의 사명을 준다(마태 28,16-20). 제자들은 예수 앞에서 절을 하는데, 유대교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성을 가진 인물 앞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었다. 예수는 하느님으로부터 전권全權을 물려받은 인물이며, 이에 근거하여 제자들에게도 그 권리를 나누어준다. 예수 살아생전 그를 좇아 광야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제자들은 이제 예수 사건을 알리고 다녀야 하는 사도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사도들은 모든 민족에게 나아가 성부·성자·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어야 한다.
사명 발현사화의 대표적인 특징은, 글자 그대로 부활한 예수가 세상 방방곡곡에 복음을 선포할 사명을 제자들에게 주었다는 사실이다. 예수가 세상을 떠난 후 사도들을 포함한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은 예루살렘에서 정기적으로 그분을 기리는 모임을 가졌고, 이 모임은 흔히 예루살렘 모母교회, 혹은 원시 공동체로 불리어진다. 그리스도교는 예루살렘 모교회로부터 출발해 팔레스타인 땅을 넘어 이방 지역인 헬라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궁극적으로 지중해 권 세계를 제패한 로마 제국의 중심지인 로마에까지 이르게 된다. 사도행전 28장의 이야기다. 이 사이에 물론 헬라 세계의 수많은 이방인들이 성부·성자·성령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들이 되었으며, 그리스도교는 장차 세계 종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마태 28,16-20에서 부활 예수는 바로 이런 사실을 예언하듯 제자들에게 사명을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발현사화를 처음 읽었던 당시의 (1 세기 말엽) 그리스도인들은 틀림없이 자신들의 처지에 비추어 보며, 예수의 말씀에 ‘지당한 소리로고!’ 하며 무릎을 쳤을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예수 부활에 대한 증언들을 한 종류씩 살펴보았다. 그러나 모든 증언들은 그리스도 신앙에 흠뻑 젖어 있어 그 속에서 역사성을 가려내기란 여간 힘든 노릇이 아니다. 이번 달에 소개한 ‘사명 발현사화’는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사도 2,1-13) 이후, 그리스도교가 복음 전도사들의 의욕적인 활동에 힘입어 세상으로 뻗어나가던 시절의 경험이 투영되어 있다. 따라서 이는 오히려 지상에서 활동하시던 때의 예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해야 옳다. 다시 말해서, 부활한 예수보다는 복음 선포에 있어 이방인과 유다인 사이에 전혀 차별을 두지 않으셨던 살아생전 예수의 대범함에서 ‘사명 발현사화’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