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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호칭(1)-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역사적 예수(12)

▲박태식 박사 ⓒ베리타스 DB
“...가시는 도중에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하고 물으셨다. “세례자 요한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엘리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예언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고 제자들이 대답했다. 그러자 예수는 다시 물으셨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마가 8,27-29)

복음서 작가들은 예수를 직접 쫓아다니며 그의 언행을 기록한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물려받은 예수 전승들을 모아서 복음서를 엮었는데, 그 때에도 가능한 한 역사의 예수를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구축한 그리스도 상과 비슷하게 묘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살아생전 예수를 가까이 따라다녔던 사람들은 사정이 사뭇 달랐다. 그들은 예수의 생생한 모습을 보고, 그 인상 그대로 주변에 전달할 수 있었던 행운의 사람들이었다. 예수에 대한 생생한 목격자들을 두고 이른바 ‘일차 전승집단’이라 부르는데, 신약성서학의 목표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일차 전승집단의 눈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들의 예수를 보는 시각에 굴절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차 전승집단의 눈에는 예수가 과연 어떤 인물로 비쳐졌을까? 이 질문에 가장 손쉬운 대답은 ‘그들이 예수를 어떻게 불렀는가?’ 라고 되받아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예를 들어, 어느 어르신이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리어진다면, 우리는 그분의 일생과 관심사를 대충이나마 짐작해낼 수 있다. 아마 일선 교사 생활을 수십 년 했을 것이며 많은 제자를 두어 요즘도 연락이 되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촌지, 체벌, 전교조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을 테고, 제자들이 많다보니 주례를 서는 데도 일가견이 있을 것이다. ‘교장선생님’이라는 직함 하나에서도 우리는 그처럼 많은 내용을 추론해낼 수 있다. 만일 거기에다가 ‘백일장 심사위원’이라든가, ‘지역발전 협의회 자문의원’ 등등의 호칭이 추가된다면 중편 소설 하나 정도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예수도 대단히 많은 호칭들로 불리어졌다. 모르기는 몰라도 기네스에 ‘호칭 많은 인물’ 분야가 있다면 단연 기록 보유자는 예수 차지가 될 것이다. 우선 ‘나자렛 예수’와 ‘랍비’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1) 예수, 나자렛 예수: ‘예수’는 당시 유다인 사회에서는 흔한 남성의 이름으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수아’에서 따왔다. 또한, 예수는 갈릴리 지방의 나자렛 출신이라 그의 출신지를 덧붙여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호칭이 나왔으며, 역사적으로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호칭이다(마가 1,24; 요한 1,45). 참고로 말하자면 나자렛은 유대인들에게 워낙 천대받던 땅이라, 이렇다할 인물이 나타나리라는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는 곳이었다(요한 2,46 참조)

2) 랍비(라뽀니): ‘선생님’이라는 뜻을 가진 이 호칭은 흔히 율법 선생을 일컫는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수 당시에는 아직 그같이 고정된 뜻이 없어서, 스승으로 모실만한 분에게 일반적으로 붙여지는 호칭이었다. 예수는 종종 랍비라는 호칭으로 불리어졌다(마가 12,14)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존경하는 분을 보통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는가! 예수도 여느 율사들처럼 율법을 해석했다. 하지만 기존의 해석 경향에서 탈피한 대단히 탁월한 것이었다(마태 5,17-48).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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