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이충범의 물에서(4)] 전쟁, 보스의 출현과 리더의 등장

    사고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물잡이 고기들의 적응력에 놀란 저의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그들은 제게 질긴 DNA전승 집착을 보여주었습니다. 꼬물대는 것들은 연체동물이 아닌 소드테일의 새끼들이었습니다.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저는 치어 사육통을 사러 대형양판점으로 뛰어 갔던 것입니다. 그러나 …
  • [이충범의 물에서(3)] 내 이름은 소모품

    [이충범의 물에서(3)] 내 이름은 소모품

    아주 오래 전에 들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땅이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한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다 바다를 막아 놓은 댐 한 구석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물이 새는 구멍을 막고 있었는데 수압에 의하여 구멍이 점점 커져가면…
  • [이충범의 물에서(2)] 창조하신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충범의 물에서(2)] 창조하신 하나님의 마음으로

    친구 Y는 직업군인이셨던 아버님 슬하의 5남매 중 막내였습니다. 형제가 많아서인지 그는 부모님의 제재를 별로 받지 않고 초등학생으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행동반경과 자기영역을 갖고 있었습니다. 공부하고는 담을 쌓았던 그는 대담한 성격에다 용기까지 대단하여 늘 새로운 탐험을 즐기곤…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팜플로나의 평화로운 오후

    피난처가 되어 준 팜플로나 알베르게의 환대와 풍성함의 은택은 우리를 새롭게 하였다. 씻음의 정결함과 채움의 풍족함이 우리에게 내적인 안식과 친절한 위로를 베풀어준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팜플로나 골목길에 나섰다. 아직도 날씨는 후끈하다. 저녁 먹을거리도 그렇고 내일 여정 중에 공급할 일용…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팜플로나의 낭만 까미노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팜플로나의 낭만 까미노

    ‘탕.’ 요란한 폭죽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르고 귀청을 뒤흔든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육중한 철문이 좌우로 열려진다. 리워야단 같은 콧김을 내뿜으며, 강인한 두 뿔을 좌우 날개 벌리듯이 내민 분노한 소들이 뛰어 나온다. 검은 녀석, 짙은 갈색, 얼룩진 것 등 그 기세가 심히 위협적인 황소…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팜플로나로 들어가는 까미노

    아내의 하소연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힘들어요. 아파요. 고통스러워요.” 심지어, “죽겠어요.” 한다. 나와서는 안 될 말까지 나온 것이다. 해줄 수 있는 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사발디카Zabaldika를 빠져 나오면서 135번 국도와 교차하고 도로 오른쪽 경사길을 따라 십 여리 쯤 가야 내리막길이 …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까미노에서 노란 화살표를 잃어버렸을 때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까미노에서 노란 화살표를 잃어버렸을 때

    북쪽 멀리로는 산악지대, 남쪽으로는 비옥한 곡창지대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위쪽에는 구불구불한 아르가 강이 생명수를 공급하는 동시에 외적의 침입을 방어할 수 있는 천혜의 ‘해자’가 되어주는 도시가 팜플로나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의하면, BC 75년 율리우스 케사르의 정적 폼페이우스가 …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까미노에서 대접 받은 ‘냉수 한 그릇’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까미노에서 대접 받은 ‘냉수 한 그릇’

    죽은 줄로 알았던 아들 요셉을 만나기 위해 이집트에 간 늙은 야곱은 파라오 앞에서 이렇게 증언한다.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 햇수가 백 년하고도 삼십 년입니다. 저의 조상들이 세상을 떠돌던 햇수에 비하면 제가 누린 햇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창47:9)” 세상 떠돌던 나그네…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까미노의 산딸기가 주는 기쁨과 유혹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까미노의 산딸기가 주는 기쁨과 유혹

    까미노 길 가에 늘어선 검은색 산딸기(Ronce)를 몇 개씩 따먹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어릴적 간식거리가 많지 않던 때, 한 여름철 동무들과 마을을 온통 헤집으며 뛰어놀다가 산딸기를 따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우리의 산딸기는 속살이 들여다 보일만큼 빨갛고 앙증맞다. 어떤 것은 잘 익어서 거무스름한 …
  • [심광섭의 미술산책] 개혁교회 미학

    언젠가 장로회신대 조직신학 교수인 김 모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소년시절 청교도 신앙과 정신을 어마어마한 것으로 생각하다가 대학 영문과에 들어갔는데 한 교수가 청교도 정신이 영문학을 쇠퇴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설명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금욕과 절제와 검약을 강…
  • [프라하 기행] 프란츠 카프카의 체취를 찾아서

    [프라하 기행] 프란츠 카프카의 체취를 찾아서

    프라하는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도시다. 시의 주요 길목에 그를 기리는 기념물이 서 있는가 하면, 기념품 상점에서는 그의 얼굴이 들어간 엽서와 티셔츠를 흔히 볼 수 있다. 카프카의 이름을 딴 카페도 성업 중이다. 또 그의 작품은 서점마다 한 가득씩 진열돼 독자들을 기다린다. 한편 후배 문인들은 …
  • [프라하 기행] ‘30년 전쟁’의 진원지 옛 왕궁

    [프라하 기행] ‘30년 전쟁’의 진원지 옛 왕궁

    사회적 변혁기에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런 갈등이 종교적 신념과 결합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번진다. 30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30년 전쟁’이 바로 그런 경우다.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신교의 영향력은 확대일로에 있었고, 이에 비례해 로마 교황청의 권위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
  • [프라하 기행] 성지는 장소가 아니라 관계

    [프라하 기행] 성지는 장소가 아니라 관계

    ‘성지(聖地)’란 낱말의 사전적 정의는 ‘각 종교에서 신성시하는 도시 혹은 지역’이다. 이 같은 정의를 따른다면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의 성지다. 프라하를 이렇게 정의하는 게 비약일수도 있다. 프라하는 특정 종교의 성지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
  • [심광섭의 미술산책] 훌륭한 설교자에 대한 루터의 주장

    루터에게 제사장 직분의 바른 수행은 말씀의 선포에 있다. 말씀 선포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선포이다. 루터는 “그리스도의 업적과 삶과 말씀에 대한 지식을 처세를 위하여 역사적 사실로만 설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훌륭한 설교자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수립되어, 그리스도…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라라소아냐의 어둔 밤

    어둠이 찾아온다. 어둠이란 ‘공간’은 불안, 회피, 우울, 절망, 혼돈, 무질서 등으로 우리에게 언제나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다. 늘상 찬란하고 완전한 빛이 찾아옴으로 어둠은 범죄자인양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고 마는 것처럼 여겨졌었다. 그런데 웬일일까? 오늘은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찾아오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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