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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부엔 까미노” 그리고 부르게테의 헤밍웨이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부엔 까미노” 그리고 부르게테의 헤밍웨이Apr 10, 2014 06:53 AM KST

신선한 아침 공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와, 혈관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 가득 퍼진다. 해가 뜨긴 한 것 같은데 두꺼운 구름에 가려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짙은 초록 나무 사이로 평평한 동굴 모양의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길은 말라있다. 순례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서로 인사한다. “올라Hola!” 이 말은 ‘안녕’이란 뜻의 스페인 말인데, 대수롭지 않은 이 인사말이 묘한 감동을 일으키며 가슴 쿵쾅거리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먼저 지나가면서 “올라Hola!”, 쉬고 있는 나그네에게도 “올라Hola!”, 동네 사람들에게도 “올라Hola!”, 좀 전에 만났던 순례자 또 만나면서 “올라Hola!”를 외친다. 그러다 보니 서로 “올라Hola!” 하면서 웃는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사도신경: “descendit ad inferna”Apr 09, 2014 07:44 AM KST

예배 때마다 고백하는 사도신경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은 그리스도의 ‘인격’(person)에 대한 고백과 그리스도의 ‘사역’(일, works)에 대한 고백으로 이루어진다. 인격에 대한 고백은 비교적 간결한데 비해 사역에 대한 고백은 길다. 인격에 대한 고백은 명사가 중심인데 반해 사역에 대한 고백은 동사로 이루어진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이성부-슐라이어마허-프리드리히

[심광섭의 미술산책] 이성부-슐라이어마허-프리드리히Apr 07, 2014 06:16 AM KST

이성부의 시집 『지리산』에 실린 에 필이 꽂혀 읽고또읽을수록, 그 맛은 전혀 다르지만 독일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 화가 프리드리히의 과 가 연상된다. 시인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다. 1980년 신문기자였던 그는 그해 잔인한 5월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에 절망과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가슴은 터질 것 같은 노여움과 서러움으로 술만 퍼마시다가 절필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해 10년간 남한의 백두대간은 80%쯤 오르고 지리산 등반을 100회가 넘게 하면서, 산이 그냥 산(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삶, 인간의 역사가 새겨지고 기록된 산임을 알게 된다.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790KMApr 05, 2014 12:14 PM KST

무엇이든 뚫을 기세로 내리쬐던 바르셀로나의 태양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만만하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이제 햇살이 그리운 아침을 맞았다. 반팔 소매 옷을 입으면 살갗에 서늘함이 일어난다. 지난 밤 10시에 론세스바예스 숙소는 전등을 모두 껐다. 그 때까지 취침 준비를 마치지 못한 사람들은 조그만 손전등으로 어슴푸레 불빛을 비추며 못 다한 일들을 서두른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꽃 피우는 지옥에 대한 상상Apr 05, 2014 05:33 AM KST

지하철 안에서 읽은 동화 는 추하고 악한 곳마다 가서 꽃을 피워 아름답고 선한 곳으로 변화시킨다. 티투스가 다녀간 자리엔 다음 날 반드시 꽃이 피어난다.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바욘역에서 기쁨과 흥분이 솟구치다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바욘역에서 기쁨과 흥분이 솟구치다Jan 25, 2014 02:47 PM KST

열차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나누어주는 피레네 산맥을 왼 편에 두고 바욘Bayonne으로 들어간다. 가톨릭 성모발현의 성지 루르드를 지나고, 포와 오르테를 거쳐 프랑스 남서부 대서양의 관문인 바욘에 도착한 것이다. 정차한 역에는 배낭을 멘 순례자들이 눈에 띈다.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툴루즈역에서도 이미 순례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프랑스 청년을 만났던 터였다. 그는 리용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배낭에는 순례자 표시인 조가비가 있다. 가슴이 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쿵쾅거림이 일어난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神 이름

[심광섭의 미술산책] 神 이름Jan 24, 2014 09:37 PM KST

에큐메니컬 모임에서 신에 대한 한글이름으로 ‘하나님’으로 할 것인가, ‘하느님’으로 할 것인가, 통일된 이름을 구하기란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하여, 하나님(하느님)을 병기한다. 개신교·가톨릭이 함께 참여한 공동번역은 ‘하느님’이란 이름을 받아들였고 ‘하느님’이란 이름이 국어학적으로 옳다는 국어학자들의 긴 해명을 읽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칼뱅의 형상과 화상(畵像)에 대한 입장

[심광섭의 미술산책] 칼뱅의 형상과 화상(畵像)에 대한 입장Jan 21, 2014 02:51 PM KST

칼뱅의 형상과 화상(畵像)에 대한 입장은 매우 비판적이며 부정적이다. 칼뱅은 형상과 화상은 하나님을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이라 보며 이러한 행위는 불신앙적이고 우상숭배로 이끈다고 판단한다. 조각(彫像)이나 이콘(畵像)은 모두가 하나님의 위엄을 욕되게 하는 것으로 여긴다. 칼뱅은 구름, 연기나 화염 같은 신적인 임재의 직접적인 표징도 형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돌, 금과 은으로 만든 형상과 화상은 생명이 없는 물질로서 인간이 고안한 수공물에 불과하며 경건을 거의 파멸시킬 정도로 세계를 점령하고 있다고 선전포고할 정도다.[→도판⑴]

[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3)

[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3)Jan 14, 2014 11:13 PM KST

작년 연말 한국종교학회에서 “종교와 감정”(2013년 11월 23일)이란 주제로,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는 “감각의 종교학”(2013년 11월 30일)이란 주제로 그리고 현대종교문화연구소에서는 “종교의 본질과 종교건축물의 의미”(2013년 11월 23일)란 주제로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종교를 감정 및 감각과 연관시켜 그리고 경전과 교리나 전례가 아닌 종교건축물로부터 종교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예년과 매우 다른 풍경이다. 말하자면, 종교를 미학 및 예술과 관련하여 연구발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미학과 신학, 예술과 신앙 등 ‘예술신학’에 관심 갖고 공부해오던 터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가락국수 없는 툴루즈 역 플랫폼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가락국수 없는 툴루즈 역 플랫폼Jan 14, 2014 12:47 PM KST

옛날 대전역[나의 고향은 대전] 플랫폼에는 가락국수를 판매하는 간이식당이 있었다. 강릉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당시 서울을 가려거나 부산을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릴 때, 대전역 플랫폼에서 꼭 가락국수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습관과 같았다. 추운 바람이 있고 구름이라도 잔뜩 있는 날이면 가락국수의 뜨거운 국물이 더욱 간절해진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차들의 대전역[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 정차시간이 좀 여유로워, 승객들은 플랫폼에 내려, 국수 한 그릇 입으로 불며, 입천장 데이는 줄도 모르고 정겨운 시간을 즐긴다. 그렇게 가락국수로 나그네의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고, 시간이 되면 뿔뿔이 기차의 옆구리로 빨려 들어간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2)

[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2)Jan 10, 2014 11:33 AM KST

가톨릭교회는 신자들로 하여금 성모님을 공경하고 성모 신심을 통해 성모님의 덕성을 본받도록 1년 중에 성모님과 관련된 축일과 기념일을 17회나 지킨다. 대축일 4회, 축일 2회, 의무 기념일 5회, 선택 기념일 6회이다. 나는 가톨릭 시인들이 성모에 대한 詩를 많이 짓는 이유를 처음에는 잘 이해할 수 없었으나 교회 안에서의 이런 신심이 쌓여 자연스럽게 作詩된 것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특히 이해인 수녀의 聖母詩는 신앙심을 매우 고취시킨다. 따라서 교리만을 가지고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을 이해한다는 것은 신앙신앙생활 속에 파고든 신심을 공감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가톨릭교회에서 공인된 4대 교리(①하나님의 어머니, ②평생 동정, ③무염시태, ④성모승천)를 중심으로 마리아에 관한 신심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1)

[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1)Jan 08, 2014 02:24 PM KST

개신교회는 마리아의 전통에 대하여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개신교는 마리아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특징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의 마리아는 침묵 속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성경을 중시하는 개신교 원칙의 단면이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나의 성탄절Jan 03, 2014 04:33 PM KST

나에게 성탄절은 예수탄생의 신학적,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알기 이전에 교회의 성탄트리와 성탄장식의 이국적 분위기가 주는 설렘으로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 어린 시절 조용하고 고요한 한 시골(부여군 내산면 율암리 성결교회)교회의 안팎으로 걸린 반짝이는 불빛과 성탄트리는 그 자체 큰 설렘이었고 깜깜한 시골마을의 밤길을 비추는 불빛이었다. 중고등, 신학생 시절의 성탄은 남녀학생들이 함께 모인 성탄전야의 선물나누기와 떡국을 먹고 밤 11시경부터 시작되는 새벽송이었다.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가려움과 불편함을 벗 삼는 길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가려움과 불편함을 벗 삼는 길Dec 31, 2013 04:25 PM KST

문제가 생겼다. 날씨가 덥고 습하니까 땀띠가 일어나 ‘육신의 가려움’이 시작된 것이다. 목덜미 아래쪽으로 가슴부위가 좁쌀 같은 붉은 반점들이 일어났다. 많이 많이 가렵다. 팔뚝에도 빨간 띠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개인적 병변이지만, 약간 서늘한 곳에 있으면 곧 안정이 되고 해결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곳 스페인[까미노 여정]에서는 더운 곳을 피할 길이 없다. 아직 8월말이고 햇살의 뜨거움은 영원하게 내리 쬘 기세이다. 이 가려움은 까미노 길에서 만나게 될 빈대 습격의 전조에 불과했다.

[심광섭의 미술산책] 성찬

[심광섭의 미술산책] 성찬Dec 25, 2013 02:25 PM KST

성찬은 기쁨의 성례다. 성찬의 원래 이름은 감사례(the Eucharist)다. 기쁨은 하나님의 은혜(Charis)의 선물에 대한 감사에서 나온다. 기독교는 기쁨의 선포를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다. 성찬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그분과 더불어 신방에 드는 이들의 기쁨 충만한 예전이어야 한다. 교회가 세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쁨 때문이다. 교회가 이 기쁨을 잃어버렸을 때, 이 기쁨에 대한 믿음직한 증인이 되기를 그쳤을 때, 교회는 세상을 잃어버린다.(알렉산더 슈메만)

오피니언

연재

종교비판에서 신앙성찰로(6): 포이어바흐의 무신론적 통찰을 중심으로

"식전이나 식후 혹은 이기주의의 기도가 아니더라도 고통으로 가득찬 기도, 위안을 찾는 기도조차 응답해 줄 의무가 신에게 있는 것이고 그런 인간의 고통에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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