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결국은 각자 걷는 길

    날씨는 더욱 신선해지고 청명해졌다. 비온 뒤 갠 하늘은 그지없이 깨끗하다. 목회자로, 목회자의 아내로, 목회자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묵직한 멍에가 주는 부자유함과 무게감을 감당해야 하는 굴레이다. 그것은 주인이 벗겨주지 않으면 결코 벗을 수 없는 무한 구속의 장치이다. ‘내…
  • [심광섭의 미술산책] 성금요일: 피에타(Pieta)

    [심광섭의 미술산책] 성금요일: 피에타(Pieta)

    성모 마리아님, 당신은 아들의 주검을 안고 슬퍼할 수 있어 그래도 행복하십니다. 성모님, 지금 여기는 침몰한 여객선 안에서 실종된 어린 생명들 때문에 온 나라가 초상집이랍니다. 배가 인양되고 나서야 주검이라도 안아볼 수 있게 될 어머니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메어지고 찢어집니다. 그러나…
  • [심광섭의 미술산책] 한 가닥 희망 바다 속으로 침몰

    [심광섭의 미술산책] 한 가닥 희망 바다 속으로 침몰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 침몰 후 40여 시간이 지나는데도 구조 소식은 없고 구조를 기다리는 한 가닥 희망의 마음마저 점점 바다 속으로 침몰한다
  • [심광섭의 미술산책]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

    [심광섭의 미술산책]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

    폴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는 예수께서 골고다의 언덕이 아니라 프랑스 북서 지방인 퐁타방 브르타뉴에서 책형을 당하고 있다. 고갱은 1886년 이곳을 찾은 이후 이곳 농민들의 삶과 이들의 관습에 매료되어 있었다. 십자가의 예수가 역사적 배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화가는 골고다의 역사적 …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여유와 긴장이 교차하는 길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여유와 긴장이 교차하는 길

    하얀 벽, 초록색 덧창이 눈에 띄는 부르게테Burguete 호스텔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도로 왼쪽에 아치형태의 회랑이 있는 부르게테 관공서 건물이 나타난다. 회랑을 마주한 플라타너스 공원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공원 뒤편 나지막이 자리한 프론톤 바르Fronton Bar는 순례자들의 달콤한 휴식처이다. 몇몇…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부엔 까미노” 그리고 부르게테의 헤밍웨이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부엔 까미노” 그리고 부르게테의 헤밍웨이

    신선한 아침 공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와, 혈관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 가득 퍼진다. 해가 뜨긴 한 것 같은데 두꺼운 구름에 가려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짙은 초록 나무 사이로 평평한 동굴 모양의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길은 말라있다. 순례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
  • [심광섭의 미술산책] 사도신경: “descendit ad inferna”

    예배 때마다 고백하는 사도신경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은 그리스도의 ‘인격’(person)에 대한 고백과 그리스도의 ‘사역’(일, works)에 대한 고백으로 이루어진다. 인격에 대한 고백은 비교적 간결한데 비해 사역에 대한 고백은 길다. 인격에 대한 고백은 명사가 중심인데 반해 사역에 대한 고백은 …
  • [심광섭의 미술산책] 이성부-슐라이어마허-프리드리히

    [심광섭의 미술산책] 이성부-슐라이어마허-프리드리히

    이성부의 시집 『지리산』에 실린 에 필이 꽂혀 읽고또읽을수록, 그 맛은 전혀 다르지만 독일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 화가 프리드리히의 과 가 연상된다. 시인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다. 1980년 신문기자였던 그는 그해 잔인한 5월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에 절망과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아무 일도 …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790KM

    무엇이든 뚫을 기세로 내리쬐던 바르셀로나의 태양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만만하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이제 햇살이 그리운 아침을 맞았다. 반팔 소매 옷을 입으면 살갗에 서늘함이 일어난다. 지난 밤 10시에 론세스바예스 숙소는 전등을 모두 껐다. 그 때까지 취침 준비를 마치지 못한 사람들은 조그만 …
  • [심광섭의 미술산책] 꽃 피우는 지옥에 대한 상상

    지하철 안에서 읽은 동화 는 추하고 악한 곳마다 가서 꽃을 피워 아름답고 선한 곳으로 변화시킨다. 티투스가 다녀간 자리엔 다음 날 반드시 꽃이 피어난다.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바욘역에서 기쁨과 흥분이 솟구치다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바욘역에서 기쁨과 흥분이 솟구치다

    열차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나누어주는 피레네 산맥을 왼 편에 두고 바욘Bayonne으로 들어간다. 가톨릭 성모발현의 성지 루르드를 지나고, 포와 오르테를 거쳐 프랑스 남서부 대서양의 관문인 바욘에 도착한 것이다. 정차한 역에는 배낭을 멘 순례자들이 눈에 띈다.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툴루즈역에서…
  • [심광섭의 미술산책] 神 이름

    [심광섭의 미술산책] 神 이름

    에큐메니컬 모임에서 신에 대한 한글이름으로 ‘하나님’으로 할 것인가, ‘하느님’으로 할 것인가, 통일된 이름을 구하기란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하여, 하나님(하느님)을 병기한다. 개신교·가톨릭이 함께 참여한 공동번역은 ‘하느님’이란 이름을 받아들였고 ‘하느님’이란 이름이 국어학적으…
  • [심광섭의 미술산책] 칼뱅의 형상과 화상(畵像)에 대한 입장

    [심광섭의 미술산책] 칼뱅의 형상과 화상(畵像)에 대한 입장

    칼뱅의 형상과 화상(畵像)에 대한 입장은 매우 비판적이며 부정적이다. 칼뱅은 형상과 화상은 하나님을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이라 보며 이러한 행위는 불신앙적이고 우상숭배로 이끈다고 판단한다. 조각(彫像)이나 이콘(畵像)은 모두가 하나님의 위엄을 욕되게 하는 것으로 여긴다. 칼뱅은 구름, 연…
  • [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3)

    [심광섭의 미술산책] 동·서방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3)

    작년 연말 한국종교학회에서 “종교와 감정”(2013년 11월 23일)이란 주제로,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는 “감각의 종교학”(2013년 11월 30일)이란 주제로 그리고 현대종교문화연구소에서는 “종교의 본질과 종교건축물의 의미”(2013년 11월 23일)란 주제로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종교를 감정 및 감각과 연관…
  •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가락국수 없는 툴루즈 역 플랫폼

    [산티아고 영성순례기] 가락국수 없는 툴루즈 역 플랫폼

    옛날 대전역[나의 고향은 대전] 플랫폼에는 가락국수를 판매하는 간이식당이 있었다. 강릉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당시 서울을 가려거나 부산을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릴 때, 대전역 플랫폼에서 꼭 가락국수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습관과 같았다. 추운 바람이 있고 구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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