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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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묵상] 물들어간다는 것은
"시인(1961- )은 공감을 물들어가는 현상으로 형상화한다. 물든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어감을 갖는 것과는 정반대로 개념화했다. 물드는 것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하나로 융합하여 제3의 결과를 만드는 과정을 일컫는다. 그 과정에 서로 섞이고 닮아가고 맞추어감으로써 편안해진다. 편안해진다는… -
[시와 묵상] 거울
시인(1910-1937)은 거울을 검열의 현장으로 암시한다.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이 현실 속의 자기와는 반대임을 언급하면서 자아분열 등의 성찰을 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검열을 의식하여 은폐적인 글쓰기를 한 것이다. 그가 은폐한 것은 일제강점기를 살아가야 했던 지식인의 좌절감이다. 이는 저항의식… -
[시와 묵상] 바다의 용서
시인(1958- )은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바다로 가자"고 권한다. 왜 그는 용서를 생각하며 바다를 연상했을까? 문득 다가온 깨달음의 순간에 용서와 바다의 속성이 통했을 것이다. 그 순간에 마치 이질적인 광물들이 서로 용융하여 섞이듯이 용서와 바다는 하나가 되어 바다의 용서가 되었다. 바다가 보… -
[시와 묵상] 와온에 가거든
시인(1963- )은 인생이란 목표가 아니라 해석이라고 가르친다. 목표의 관점과 해석의 관점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차이를 판별하는 기준은 상처이다. 목표는 상처를 기피하지만 상처는 해석을 요구한다. 상처가 해석되면 더 이상 상처가 아니나 해석이 되지 않으면 목표도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해석은… -
[시와 묵상] 소나무 숲에는
"시인(1946- )은 소나무 숲을 "이 땅"의 시원(始原)으로서 모든 사람이 귀환하게 될 곳으로 본다. 어쩌면 숲은 대지의 여신처럼 인간의 원초적인 고향을 가리키는지도 모른다. 마치 어머니 같은 귀소(歸巢)의 자리이다. 아마도 세상은 요란스러운 데다 소외와 비통과 이별이 이어지는 곳인 반면에 그 숲이 … -
[시와 묵상] 흐린 날은
시인(1955- )은 "흐린 날은 잘 보인다"며 상투적 인식을 뒤집는다. 흐린 날은 시야가 문제다. 시력이 미치는 범위가 물리적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그런 불가피한 조건이 인식의 상투성을 감지하게 한다. 일상을 낯설게 보게 한다. 그 과정의 종국은 낯선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역설의 세계가 눈 앞에 펼… -
[시와 묵상] 풀
"시인(1955- )은 상처를 "저토록 아름다운 것"으로 본다. 이 역설적 세계관에는 자신의 상처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원래 상처는 해부학적으로 조직의 연속성이 단절된 상태를 가리킨다. 크든 작든, 상처는 연속성의 단절이 그 표시이므로 아름답지 않다. 단절을 거론하자면, 상처는 정서적 단절뿐… -
[시와 묵상] 나는 좌절하는 것들이 좋다
시인(1959- )은 좌절의 역설을 읊고 있다. 시의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나는 좌절하는 것들이 좋다." 제목만으로는 마조히즘이나 데카당티즘의 기미가 엿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말해서, '좌절'과 '좋다'는 그 의미가 상반된 지향을 가진 말들이다. 그 모순되는 개념들을 엮어서 하나의 명제로 구성하기 위해… -
[시와 묵상] 희망
시인(1945- )은 별과 어둠의 관계를 통해 희망과 고난의 관계를 밝힌다. 역설적이다. 어두워야 별이 보이듯이 고난의 암울한 현장에서야 진실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대낮에도 별은 뜨나 인간의 눈에 띄지 않고, 하늘이 어두워질 때에나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대낮에 별이 빛나지 않는 이유는 … -
[시와 묵상] 낮은 곳을 향하여
시인(1950- )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니까 그는 허울에 싸인 인간과 참 인간을 구별하고 있다. 여기서 허울은 허영의 상태라기보다 세상의 상식적 관점을 가리킨다. 그 관점에 따르면, 높은 곳, 혹은 성취를 지향하는 것이 옳다. 물론, 향상… -
[시와 묵상] 자화상
"시인(1917-1945)은 자아성찰의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현재 우물물이 거울처럼 비추는 자신의 형상에 미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아 그는 회한과 반성의 눈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나르시스(Narcissus)는 아닌 셈이다. 그 눈은 자신을 "그 사나이"로 파악한다. 자신이 낯설다. 기대한 모습이 무엇인지는 알… -
[시와 묵상] 아직과 이미 사이
시인(1957- )은 암울하고 억압적이던 노동 현실을 몸으로 견디며 투쟁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그의 시 세계는 억압적인 현실에 대한 날선 도전보다 인간의 본질과 신앙에 대한 성찰에로 전향했다. 이 시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느린걸음, 2015)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전에 그가 환기했던 … -
[시와 묵상] 낯선 이들을 위해
시인(1952- )은 친절이 생명을 구한다고 알린다. 도덕적 교훈처럼 들리나 그녀는 그 진부함을 생명의 긴장감으로 치환했다. 그 교훈은 생명의 외경과도 맞닿아 있다. 세상을 슬프게만 보면 그 끝에는 절명(絕命)이 기다리고 있기 쉬우나 일상 속의 친절한 행위는 생명의 힘을 전한다. 비록 사소하여 고상한… -
[시와 묵상] 빨간 우체통
시인(1953- )은 우체통에 인격을 부여하며 막연할 수도 있을 기다림을 그것의 정체성으로 삼는다. 의인화는 인간의 특성을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기다림은 인간성의 고유한 특성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기다림은 막연하다. 기다림의 대상이 지정되거나 한정된다면 그 막연함이 줄어들겠으나 한 치… -
[시와 묵상]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시인(1950- )은 제목을 경구(警句)적으로 달았다. 처방적인 어조를 띠지는 않으나 교훈을 짐작하게 한다.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꽃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존재를 상징한다. 꽃들에게 남이란 다른 꽃들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인간도 포함한다. 꽃들은 인간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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