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16)

박해의 종식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제4장 박해의 종식

1. 데키우스의 박해

250년에 데키우스(Decius) 황제가 로마제국의 모든 국민에게 로마의 신들에게 참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참배자들에게는 증명서를 발급해주어 그 증명서가 없는 사람은 처벌하게 하였을 때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가 재발하였고 박해의 주요 표적은 그리스도교였다.

248년에 로마 건국 천 년을 기념하는 해를 맞아 데키우스는 로마제국이 너무도 약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제국의 재건을 바랐다. 그는 로마제국에 많은 동양종교가 유포되어서 제국 고유의 종교가 쇠퇴하여 로마 신들이 진노하여 국운이 기울어졌다고 생각하여, 로마종교의 부흥과 함께 죽은 황제에 대한 숭배를 부흥시키려 하였다. 이때 북방 야만족들의 계속적인 침략과 역병의 유행이 위기감을 더하였다. 그는 자기 앞의 황제들의 통치가 너무 완만하였고 관리들의 기강이 해이하였던 것을 탓하고 강력한 정책을 폈다.

로마 신전에 참배하고 제물을 바쳤다는 증명서에는 본인의 부친의 이름을 기입하고 주소와 나이와 몸이나 얼굴에 무슨 표시될 만한 흔적을 써넣게 되어있었고, 과거에 신들에게 제물을 바쳤고 이제도 명령대로 관리가 지켜보는 앞에서 제물과 술을 바치고 그 제사 제물을 먹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인 두 사람의 이름을 쓰게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 증명서를 항상 지니고 다녀야만 했다.

미소지시에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굴복하기까지 고문 당하였다. 체포된 그리스도인들은 관원이 무슨 종교를 믿느냐고 물으면 사도신조를 고문관 앞에서 외우고 신앙을 고백하였다. 제물을 바치라고 명령을 받으면 완강히 거절하였고 고문관이 그더러 미쳤다고 말하면 하나님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고문관은 그가 마음을 고쳐먹도록 여러가지 말로 회유하면서 시간을 주었으나 그가 끝내 불복하여 사형을 선언하면 그는 죽음이 아니고 생명의 선언이라고 대꾸하였다.

데키우스 황제는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 안에서 너무도 확장된 것을 크게 우려하였다.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다른 하나의 국가(a state within the state)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는 황제의 명령으로 전국에 걸쳐 그리스도를 박해한 첫 황제였으며 그리스도인들을 죽이기보다 배교자를 만드는 방법을 취하여 혹독한 고문으로 배교자들이 생기게 하였다.

오리게네스는 젊고 유능한 학자였지만 한편으로는 금욕생활을 몸에 익혀서 마룻바닥에서 잠을 잤고 예수의 말씀을 문자대로 실천하기 위하여 스스로 고자가 되어 하나님나라에 헌신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때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고문을 당하고 더러는 유형을 받고 있었는데 그는 두려워하지 않고 옥에 갇힌 교인들을 찾아 격려하였다. 그의 부친이 순교하고 과부가 된 그의 모친이 많은 자식들을 키워야만 되었는데 장자인 오리게네스가 체포될까 염려해서 그가 자는 동안 옷을 숨겨두어 아침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리게네스는 마침내 체포되어서 옥고를 치르고 심하게 고문을 받고 풀려나온 후 내내 고통을 받다가 죽었다. 그가 쓴 순교찬양이란 책이 있다. 박해를 이겨낸 그리스도인들의 용감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이야기 중 알렉산드리아의 한 젊은 부인은 심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굴복하지 않자 관원이 그녀의 노령의 아버지를 불러 딸을 설득하게 했는데 그녀는 끝내 불복하였다.

데키우스의 박해로 키르타고에서도 많은 신자들과 장로들과 감독들이 고난 당하였다. 키프리아누스(Cyprianus, 200~258) 감독이 이때의 박해상황을 기록한 것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싸움에서 정복되어 마치 언제나 제물을 바칠 기회를 갖기를 원하기라도 한 것처럼 시장바닥으로 달려가서 신전에 제물을 바쳤다. 그리스도인들이 어째서 제물을 바치며 향불을 피워 그리스도교 신앙을 이교신전에서 불살라버리는지 원통하다고 말하였다. 자신이 고문 받은 때의 아픔도 고백하였다. 그때 자기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고 자기 믿음은 강하였고 영혼은 오래도록 버티면서 그 아픔을 견디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자기가 지쳐버렸을 때 회초리가 살을 찢어버리는 듯했고 몽둥이가 몸을 부숴버리는 듯했고 족쇄가 몸을 쪼개버리는 듯했고 쇠꼬챙이가 몸을 찔렀고 불이 몸을 굽는 듯하여 육신의 몸은 그 싸움에서 졌고 약한 몸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였다.

키프리아누스는 데키우스 황제 때 교인들을 지키면서 지도하기 위하여 피신하였으나 발레리아누스 황제(Valerianus, 재위 253~260) 때인 258년에 자진하여 붙들렸으며 사형을 위협받았을 때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라고 대답하고 순교하였다. 데키우스가 251년에 야만족 고드족의 손에 죽임을 당하여 1년 간의 그의 박해가 짧아서 다행이었다. 발레리아누스는 7년간의 통치기간 중 처음 3년 동안은 교회를 편안하게 두려 하였으나 그리스도인들이 국방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북방 야만족들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그리스도인들을 복종시키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교회 지도자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부유한 그리스도인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그리스도교를 사회적 낙오자와 빈민의 종교로 만들려 하였다. 발레리아누스는 그리스도인들이 지하묘지 카타콤에서 모이는 것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로마의 감독 식스투스(Sixtus)가 258년 6월 29일에 베드로와 바울의 유물을 아피안(Apian)에 있는 카타콤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황제의 미움을 사서 죽임을 당했다.

발레리아누스는 형벌을 받을 그리스도인들의 명단을 로마원로원에 보냈다. 원로원은 중요한 지위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지위를 박탈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그들이 신앙을 버리지 않겠다고 고집하면 죽이기로 결의하였고, 가이사의 권속에 속하는 그리스도인의 경우 재산을 몰수하고 가이사의 토지재산이 있는 곳에 보내기로 결의하였다. 발레리아누스의 박해가 이처럼 엄중하였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고 그는 북방 전투장에서 싸우다가 포로가 되어 죽었다.

발레리아누스를 이은 갈리에누스 황제(Gallienus, 재위 260~268)는 황제가 되자마자 그리스도교 박해를 불법으로 생각하여 중지시키고, 몰수하였던 교회재산을 모두 돌려주는 등 관용정책을 펴서 그리스도교의 평화기가 시작되었다. 옥중에 있던 사람들도 다 풀려나왔다. 발레리아누스 황제 때 교회 지도자들을 많이 잃었지만 이제 교회는 정상을 되찾았고 그리스도인 고관들이 직장에 복귀하였다.

2.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 재위 284~305)가 황제가 되면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때 네 사람이 로마제국을 통치하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로마제국의 방위군단의 장교로 있다가 황제가 되어 새 정부조직을 만들었는데 자기는 제국 동방의 황제가 되어 부관 갈레리우스와 함께 통치하였고 제국 서방은 막시미아누스가 콘스탄티우스를 부관으로 삼아 같이 통치하게 만들었다. 두 조력자 부관들을 가이사라고 불렀다.

갈리에누스 황제의 관용 정책으로 신자들의 수가 크게 증가했고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아내와 딸도 신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303년에 그리스도교 박해를 명하여 교회당을 허물고 교회성 문서들을 압수하여 불태워버리고 교회의 모든 예배를 중지시키고 성직자들을 모두 체포하였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로마의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게 하고 거부하는 사람은 죽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갑작스런 박해는 그의 사위였던 가이사 갈레리우스가 극렬하게 그리스도교를 미워하였기 때문이었다. 갈레리우스는 305년에 디오클레티누스를 이어 제국 동방의 황제가 되어 박해를 계속했다. 교회당은 허물어졌고 성서와 교회 문서들이 불탔고 감독과 장로들이 체포되는대로 투옥되었고 그리스도인 대중을 투옥시켜 죽도록 가두어두었다. 프리지아 지방에서는 교회당 안에 교인들을 가두어둔 채 불을 질렀고 동네를 몽땅 불태우기도 했다. 니코메디아 지방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을 바다에 던져 죽였고 이집트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목 잘라 죽여서 집행자들이 지쳐버리기도 하였다. 광산에 끌려와서 강제노동하던 그리스도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한쪽 눈을 빼어버리거나 한쪽 다리를 잘라버렸다.

디오클레티아누스와 갈레리우스의 박해는 약 10년 동안 제국 전역에서 일어나 멀리 영국과 아라비아까지 확장되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포기하면 용서하였지만 많은 신자들이 믿음으로 고난을 이겨내었고 때로 순교하였다. 이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리스도인이 된 이교신도들도 있었다.



 

관련기사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만인·만유구원론 보다는 천국, 지옥 복음 선포해야"

칼뱅의 이중예정론의 결과인 이중심판론에 대한 비판으로 제시되는 몰트만의 만유구원론은 성서 신학적으로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