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획연재- 이장식의 교회 역사 이야기(17)

콘스탄티누스의 승리와 박해의 종식

본지는 한신대 이장식 명예교수의 교회 역사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는 평신도였고, 초대교회 예수 운동을 이끈 무리들 역시 평신도들이었다"며 교회사에 큰 기여를 한 무명의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이 평신도들의 신앙 생활 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3. 콘스탄티누스의 승리와 박해의 종식

서방 로마제국의 황제 막시미아누스의 부관 콘스탄티우스는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예배하였는데 그 하나님이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그의 가족의 이름은 대부분 그리스도인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서방에서 콘스탄티우스가 다스리던 곳에서는 순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콘스탄티우스는 자기 아들 콘스탄티누스(Constantinus)를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게 맡겨두었는데 갈레리우스가 디오클레티아누스를 이어 황제가 된 것이 콘스탄티우스에게는 불만스러웠다. 콘스탄티누스는 306년에 도망쳐서 자기 부친에게로 가기로 결정하고 신속하게 유럽을 질러서 아무도 자기를 추적할 수 없게 행동해서 가울 지방에 있던 부친을 만나 함께 영국으로 갔다. 그의 부친은 요크에서 죽었고 그곳의 군대가 콘스탄티누스를 황제로 옹립했다.

갈레리우스는 311년에 병상에 누워 죽어가면서 자신의 그리스도교 박해가 실패한 것을 자인하고 칙서를 발표하여 말하기를, 많은 그리스도인이 아직도 저항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다시 종교집회를 열게 허락하는 것이 옳으며 이러한 관용을 얻은 그들은 우리와 우리 나라와 또 그들 자신을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는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로마제국 전체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막센티우스와 싸워야만 했다. 312년에 그는 군대를 거느리고 로마시의 외곽에 있는 티버(Tiber) 강에 있는 밀비안(Milvian) 다리에서 적군을 맞이해야만 했다. 출전 전야에 콘스탄티누스는 자기 부친이 믿던 하나님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기도하였다. 그때 그는 하늘에 십자가가 빛으로 나타나면서 ‘이 사인 때문에 너는 승리할 것이다’라는 음성을 들었다는 말을 콘스탄티누스가 초대교회의 역사가 유세비우스에게 직접 말하였다고 유세비우스가 자기가 쓴 교회사 책에 기록하였다.

콘스탄티누스는 그날 밤 꿈에도 그리스도가 그 같은 십자가 사인을 보여주었으므로 아침에 일어나 십자가 사인을 가지고 군기를 만들어 적군과 싸웠다고 말하였다. 유세비우스는 그 십자 군기의 사본을 직접 보았다고 말한다. 그 십자 군기는 ‘그리스도’의 헬라어 첫 두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었는데 나중에 교회가 이것을 사용하게 되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밀비안 다리 위에서 승전한 후 제국 서방의 단일 황제가 되어 통치하였으며 제국 동방은 동료 리키니우스(Licinius)에게 맡겼는데 10년 후 323년에는 완전한 단일 통치자가 되었다. 콘스탄티누스는 313년에 리키니우스와 함께 밀라노에서 만나 그리스도교가 자유롭게 될 수 있는 칙서를 만들어 발표하였다. 그 칙서는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인정하여 서서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그리스도교를 돕게 되었다. 로마제국에는 아직도 뿌리깊은 재래종교들이 있었고 그 종교의 신자들이 원로원과 정부부처들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제 그리스도교도 다른 종교들처럼 국가에서 종교들의 행사를 돕기 위한 양곡과 같은 것을 공급받게 되었고, 전통적으로 치러지는 이교적인 국가 제식(祭式) 때 관공리들이 참석하는 것이 자유로워져 그리스도인 관공리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고, 성직자들에게 주는 국가의 특혜를 그리스도교 성직자들도 받게 되어 병역의무와 납세의무와 같은 것을 면제 받았고, 이교 단체처럼 그리스도교도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종교마다 제일이 있듯이 321년에는 일요일을 그리스도교의 예배일로 인정하여 주었는데 이 날이 국정휴일이 되어 이 날에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되었다. 또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이교의 신전에 제물을 바치는 국가적인 관례를 폐지하여서 그리스도인 관리들에게 이롭게 되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성급하게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대신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그리스도교의 도덕적 이상에 일치되게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노예를 해방시켜주고 기혼자가 첩을 두지 못하게 하며 십자가 형벌을 철폐하고 죄인의 앞이마에 먹물로 표시하지 못하게 하며 노예 가족을 이산시키는 노예매매와 유아 유기를 금하고 채무자에게 매질하는 것을 못하게 하며 유대인을 박해하는 것을 금하고 가축 혹사도 금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정말로 그리스도교 신자였는지 아닌지에 대해 그리고 그가 그리스도교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의견과 평가가 엇갈린다. 그가 죽기 직전에 세례를 받은 것은 당시의 교인 생활에 비춰볼 때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군인황제로서 전쟁터에 나가 살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세례를 늦출 수도 있다는 동정론이 있다. 그가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취급하였고 황제가 로마제국의 종교의 대제사장이라는 재래의 명칭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소위 종교다원주의자 또는 종교혼합주의자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가 그리스도교를 일찍 로마제국의 국교로 만들었다면 다른 종교들의 정치적 반항을 유발하여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그가 스스로 감독 아닌 감독이라고 자칭할 만큼 교회 안의 여러가지 분규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정통교회 편에 서서 이단 또는 분파운동가들을 처벌하는 등 그리스도교를 정치와 유착시켰다는 비판이 있으나, 그가 그리스도교의 평화와 일치가 로마제국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것이라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그가 그리스도교에 선교의 자유 등 많은 혜택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그는 로마와 그밖의 여러 곳에 웅장한 교회당을 지었고 그리스도교 감독들이 판사의 자격을 가지고 소송사건들을 재판하도록 허락하여 교회 감독과 그리스도교의 권위를 드높여주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제국의 수도를 멀리 동방의 비잔티움으로 옮겼으며, 이 곳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이라 명명했다. 그가 수도를 역사적인 로마에서 비잔티움으로 옮긴 것은 동쪽 국경지대에 외침이 잦아 국방을 강화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로마에는 강력한 정치적 권문세력과 뿌리 깊은 재래종교 세력이 많아서 새 정책을 펴나가는데 장애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도를 옮긴 후 동방의 그리스도인 수가 서방보다 많아졌고 이곳 교회 감독의 권한도 커져서 로마 교회의 감독과 힘을 겨루게 되었고, 희랍정교회의 전통이 강화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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