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본지 초대회장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소천

진영과 교파를 뛰어넘어 존경받던 통전주의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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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고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본지 초대회장이자 혜암신학연구소 초대소장으로 헌신한 이장식 박사(한신대 명예교수)가 15일 오후 소천했다. 향년 101세. 빈소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장례문화원 진달래실에 마련됐다. 입관예배는 16일 오후 1시30분에 진행된다. 발인예배는 17일 오전 8시에 열린다. 장지는 진해천자봉공원묘지. 유족으로는 아내 박동근 여사와 차남 철, 세 딸 진·현·영이 있다.

1921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신대와 캐나다 퀸즈신학대를 나왔고 뉴욕 유니언신학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아퀴나스신학대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회 한신 졸업생이었던 그는 한신대학교 교수, 계명대학교 교수, 예일대학교 신과대학 연구교수,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신과대학 명예 객원교수, 케냐 동아프리카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등을 두루 역임하며 교육 활동을 이어갔다.

집필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쓴 교육자였던 이장식 박사는 진보, 보수를 아우르는 통전적 신학으로 진영과 교파를 뛰어넘어 신학계의 큰 어른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고인은 특히 일제 식민지배 시절 나라 잃은 설움과 6.25 동란으로 인한 동족 상잔의 비극 그리고 서슬퍼렇던 군사독재와 산업화, 민주화 시대라는 격동의 세월을 한 몸으로 겪어낸 신학자이기도 했다.

시련과 역경이라는 불협화음 속에서 맑은 영혼의 화음을 이루었던 그의 삶 자체는 한국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큰 축복이었다. 이장식 박사는 6.25 이후 황무지와 같았던 한국신학교육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이른 바 교육일념으로 세계교회사와 아세아교회사, 한국교회사, 기독교신학사상사, 고대교회사, 기독교 사관의 문제, 연구 방법론, 어거스틴, 주기철, 본회퍼 연구의 교회사 인물론, 정통주의 합리주의 등 교회사를 중심으로 깊고 넓은 신학 연구활동의 초석을 놓았다.

교회사가 이장식 박사는 한국교회사 뿐 아니라 아시아교회사 그리고 세계교회사 연구로 지평을 확대하는 발자취를 남김으로써 한국 신학계에 길이 빛날 성취를 이뤘으며 교회사를 중심으로 신학적 역사이해의 정체성을 확립해 후학들의 기독교 사관 형성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은퇴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은 교육자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던 동부 아프리카 케냐 PCEA(Presbyterian Church of East Africa) 산하 장로교신학교의 요청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케냐로 교육 선교를 떠나 14년 동안 미지의 땅에서 교편을 잡았다. 귀국한 후에도 연구활동을 계속해 온 고인은 지난 2010년 기독교신문 <베리타스>의 초대회장에 취임하며 교계 내 언론의 역할, 특히 특정 교파와 집단의 이해관계를 뛰어 넘은 공개 토론장의 기능을 강조한 바 있다.

또 지난 2014년에는 진보와 보수 신학의 상호동격적 대화주의를 표방하는 <혜암신학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으면서 100세를 넘기기까지 끊임없이 연구와 교육 활동의 횃불을 들어 올렸다. 고인의 교육일념 만큼이나 학문적 부지런함에서 나오는 고인의 방대한 저술 활동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후학들에게 한국신학과 신앙의 전통이라는 유산을 남기기 위해 고인은 『기독교 사상사』(Ⅰ,Ⅱ권, Ⅲ권(공저)), 『현대교회학』, 『기독교 신조사 상·하』, 『기독교 사관의 역사』, 『기독교와 국가』, 『아시아 고대 기독교사』, 『젊은 어거스틴』, 『교부 오리게네스』, 『평신도는 누구인가?』, 『프로테스탄트 신앙원리』, 『존재하는 것과 사는 것』, 『교회의 본질과 교회개혁』 그리고 90세에 출간한 『세계 교회사 이야기』 외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지난해 고인은 100세를 맞아 기념문집 『우로』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문집에서 고인은 자신의 100세 인생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회고했다.

"하나님이 내가 백세가 되도록 만족할 만큼 오래 살게 하셨는데(시91:16) 그 긴 세월의 전반부를 회고하고 싶다. 실로 그 세월은 먹구름과 폭풍우가 몰아친 밤과 같은 것이었지만 나를 구원하여 주신 하나님의 그 크신 은혜를 생각하면 그 세월이 값진 것이었다. 그 때 하나님이 나를 옛 욥에게처럼 등불로써 내 머리 위를 비추시고 인도해 주셔서 내가 어둠 속을 활보할 수 있었고(욥 29:2,3) 시편의 옛 시인에게처럼 가을비로 내 삶의 샘을 가득 채워 주셨고(시 84:6), 또 은혜의 이슬로 때때로 나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 주셨다(잠 19:12). 그리고 종당에는 나의 부르짖은 기도를 들으시고 하나님은 내가 바란 항구로 인도하여 주셨다(시 107:23~30)."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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